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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문화 정복, 어디부터 시작할까?

개인 취향에 따라 다르므로 각자 좋아하는 분야에서 시작하는 것이 좋습니다. 스포츠에 별 관심없는 사람이라면 스트리밍 서비스에 있는 미국 드라마에서 시작하는게 제일 재미있을 것이고, 스포츠 팬이라면 NFL이나 NBA에서 시작하시면 좋습니다. 스포츠, 영화, 드라마 모두 좋아한다면? 아래의 매뉴얼을 따라가시면 됩니다.
1.
미국 문화 공략 순서: ‘스포츠—>드라마/영화/예능—>정치, 사회’
스포츠는 언어가 부족해도 즐길 수 있고 보고 난 후 다른 사람과 대화할때 경기 결과나 상황을 화제로 삼기 쉽습니다. 대화 주제 생산 측면에서 ROI가 높은 분야입니다.
드라마나 영화는 워낙 갯수가 많아 공통의 화제를 찾기 어려울 수 있지만 스포츠는 몇개 종목밖에 없으므로 하나만 열심히 봐도 활용도가 높습니다.
2.
미국 Sports 정복 방법
Football(NFL > NCAA Football)—>Basketball(NBA=NCAA)—>Baseball(MLB) 순서로 정복해 나가는 것이 가장 효과적입니다. Hockey(NHL), Soccer(MLS), Golf 등은 미국에서도 Minor 종목(시청자 수 기준)이라서 미국인도 잘 모르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외국인이 모른다고 이질적으로 보지 않습니다.
왜 Football부터 시작해야 하나? Rule도 어렵고 재미도 없던데?
몇년 전 숫자이긴 하지만 전세계 스포츠리그 매출을 비교한 자료 한번 보실까요? 미국인만 보는 NFL 연간 매출이 전세계 사람이 즐기는 축구 리그 여러개 합친것보다 크지요? 그만큼 미국인들이 풋볼에 열성이라는 증거입니다.
경기당 관중수에서도 미국인들의 풋볼 사랑을 볼 수 있습니다.
이렇듯 미식축구는 미국인들의 마음속에 특별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스포츠입니다. 스포츠 미디어에서 ‘Football is King’이라고 하는 것도, 풋볼 오프시즌에도 방송시간의 일정 비율을 풋볼 소식에 할애하는 것도 시청자들이 그만큼 원하기 때문입니다.
왜 미국인들은 미식축구를 사랑할까요? 여러가지 해석이 있지만(’서부 시대 땅을 개척하던 문화 때문’이라는 믿기 어려운 가설도 있지요) 저는 풋볼이 미국인의 사고방식을 가장 잘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밖에서 보면 미국은 천문학적인 CEO 연봉이 말하듯 한두명 스타에게 모든게 돌아가는 시스템처럼 보일 겁니다. 그런 미국인들도 팀웤, 희생하는 리더십을 중요하게 생각합니다. 개인의 권리를 희생하라고 강요하는 것에 반대할 뿐입니다.
풋볼은 스타크래프트같은 전략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공격에 관여하는 선수는 몇 명 안되고 대부분은 자기에게 주어진 임무, ‘왼쪽에서 달려오는 linebacker를 막아!’라든가 ‘공을 받는 척 하면서 쿼터백에게 달려드는 수비스를 블럭해’ 같은 재미없고 단순한 task를 각자가 성실히 수행해야 합니다. 농구는 마이클 조던이나 르브론 제임스같은 수퍼스타 한명이 있으면 항상 잘할 수 있지만 풋볼은 스타 한명으로 좋은 성적이 나오지 않습니다. 감독의 전술에 맞는 선수를 뽑아서 각자의 역할을 잘 수행하도록 훈련해서 실전에 execute 할때만 이길 수 있는 종합예술입니다. 저는 미국인들이 풋볼의 이런 면 - 개인이 아니라 팀으로 이긴다는 - 을 사랑한다고 생각합니다.
3.
풋볼 보기는 무엇부터 시작할까?
홈팀 응원부터 시작한다:
다른 지역에 특별한 연고가 없는 분이라면(e.g. 어려서 뉴욕 살아서 Giants나 Jets 팬인 경우) 자기 지역의 홈팀을 응원하고 경기를 보는 것에서 시작하면 됩니다. 대부분의 미국인은 자기 지역 팀을 응원하므로 홈팀을 응원하는게 다른 사람과의 대화거리를 만들때 제일 좋습니다.
스포츠 채널이 포함된 cable TV(또는 Youtube TV)를 구독한다:
대부분의 cable package나 youtube TV는 로컬팀의 풋볼 경기를 볼 수 있는 채널이 들어있습니다. NFL network(그렇습니다. 스포츠리그가 방송국도 운영합니다)이 제공하는 Sunday Ticket같은 특별 채널은 꽤 큰 돈을 내야 하는데, 풋볼 광팬이 아니면 굳이 없어도 지장없습니다. 제 경우 케이블 대신 Youtube TV를 쓰는데 만족하고 있습니다. 가격을 좀 내렸으면(현재 $79/month 내고 있음) 좋겠다는 아쉬움은 있습니다만.
대학 풋볼이 더 인기있는 지역이라면 NCAA football을 보는 것이 좋습니다. 지역에 따라 프로팀이 없거나 성적이 나쁜데 대학팀은 잘하는 곳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Alabama에서는 대학풋볼이 왕입니다. 주(State) 전체가 Alabama 대학교 풋볼 결과에 울고 웃습니다. Texas는 프로, 대학 풋볼 모두 인기있는 그야말로 풋볼의 State입니다. 고교 풋볼 경기장 건립에 1조원 넘게 들였다는 뉴스도 본 적 있습니다. 뉴욕의 경우 대학 풋볼은 존재감이 없습니다. 아무도 관심없다고 해도 될 겁니다. 여러분이 자리잡은 지역의 특성에 따라 그 동네에서 자주 회자될 종목과 팀을 고르시기 바랍니다.
4.
농구는 무엇부터 시작할까?
역시 홈팀 응원부터:
실리콘밸리라면 Golden State Warriors, LA라면 Lakers나 Clippers(LA의 비주류 느낌이랄까요? Microsoft 출신 Steve Ballmer가 인수하면서 성적은 좋아졌지만 LA 사람들의 마음은 Lakers 쪽에 압도적) 경기를 보는 것으로 시작하면 됩니다. 미식축구와 달리 농구 규칙은 모두 알고 계실테니 쉽게 즐길 수 있습니다.
대학풋볼 최고의 이벤트인 3월 March Madness는 경기를 보지는 않더라도 상황은 팔로우하면 좋다:
김범수 부대표 Comment: 전 미국 대학 농구팀 64개가 격돌하는 이벤트로 3월 한달간에 모든 경기를 치르고 우승팀을 뽑기 때문에 그런 이름이 붙었습니다. 토너먼트이므로 다음 단계로 나갈때는 절반의 팀만 남게 되고, 16강부터 Sweet sixteen, Elite Eight(8강), Final Four(4강)처럼 이름을 붙입니다. 매년 올라가는 강팀이 아니면(Fuke, North Carolina 같은 학교들은 수시로 올라갑니다) Final Four만 가도 자랑스럽게 생각합니다. 64강에서 시작해서 결승전까지의 경기 결과 전체를 예측하는 bracket을 만드는 것도 재미 중 하나입니다. Fantasy basektball에서 64강 맞추기 대회같은 것도 엽니다. 트럼프, 바이든 들어와서는 없어졌지만 농구팬인 오바마 대통령 시절에는 ESPN이 백악관에 가서 오바마의 March Madness Bracket 채워넣는 걸 녹화하기도 했습니다.
(스포츠 지식이 상당했던 오바마 대통령. ESPN 아나운서들과 농담하면서 Bracket 채우던 그의 모습이 그립습니다)
5.
어떤 Streaming 서비스를 구독하는게 좋을까?
넷플릭스와 HBO만 있던 시절과 달리 지금은 굉장히 많은 스트리밍 서비스가 경쟁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재미있는 show(’드라마’보단 Show라고 부릅니다)를 전부 보려면 스트리밍 구독료를 많이 내게 되겠죠. 저는 Netflix, HBO는 온라인 서비스 개시 시기부터 구독하고 있고 Amazon Prime은 물건 구매를 위한 Prime 멤버쉽 덕분에 자동으로(아마존 안 쓰는 미국인이 거의 없음) 가입돼 있습니다. 필요에 따라 구독과 취소를 반복하는 서비스로는 Hulu, Disney Plus 등이 있습니다.
컨텐트 양과 질을 모두 감안할 때 제가 추천하는 스트리밍 서비스는 Netflix와 HBO 2개입니다. HBO는 한국에선 구독할 수 없습니다만 전통적인 content powerhouse로 The Sopranos(1999-2007), Game of Thrones(2011-2019) 등 한 시대를 정의하는 show를 양산했습니다. 넷플릭스가 original content를 만들기 전에는 독보적인 존재였다고 보시면 됩니다. 요즘도 HBO 컨텐트는 퀄리티 면에서 믿고 볼 수 있습니다. Netflix는 한국에서도 많이 보시니 굳이 설명 안해도 되겠죠?
꼭 보고 싶은(또는 봐야 하는) show가 있을때 넷플릭스나 HBO에 없으면 그 show을 끝낼때까지만 구독하면 됩니다. 문화적 적응이 필요한 우리같은 외국인에게는 비용보다 이익이 더 크다고 생각합니다.
6.
어떤 Show를 고를까?
시대를 정의하는 show, 동시대 많은 사람들이 보는 인기 컨텐트는 무조건 보실 것을 권합니다. 제가 창업했을 무렵에는 왕좌의 게임(Game of Thrones, 이하 GoT)이 압도적 인기를 누렸습니다. GoT보다 먼저 나온 HBO의 또다른 힛트작 The Sopranos는 한국인이 공감하기 어려운 면이 있어 재밌게 봤다고 하긴 어렵지만 ‘이게 왜 시대를 풍미한 드라마인지 끝까지 보자’는 오기로 전 시즌을 끝냈습니다. 옛날 show 중에도 미국을 이해하는데 도움되는 것이 많지만 시대 배경이나 화면이 옛날 느낌이면 볼 때 재미가 없어지기도 하니 지난 3년 이내에 나온 show들부터 보실 것을 권합니다.
김범수 부대표 Comment: 제가 창업 무렵 재밌게 본 또다른 show는 Modern Family입니다. 상당한 힛트작이기도 했고 동성 커플, 나이들고 부자인 백인 남자와 젊고 아름다운 남미 여성의 재혼 가정 등 다양한 인간관계를 judge하지 않고 생활에 받아들이는 모습 등에서 새롭게 배운 것들이 많았습니다.
요즘(2024년 가을)은 HBO의 The Penguin이 호평을 받고 있더군요. 저는 아직 안 봤습니다. 주변에서 컨텐트 좋아하는 사람들이 이구동성 좋다고 하는 show는 왠만하면 보시는 게 좋습니다만 아직 진행중인 show들은 끝까지 가봐야 평가할 수 있다는 risk가 있지요.
우리가 속한 스타트업 업계나 금융권을 배경으로 한 컨텐트도 도움이 됩니다. 예를 들어, e-cigarette 광풍을 만들었다가 사회적 문제가 되어 몰락한 전자담배회사 Juul의 스토리를 담은 ‘Big Vape’라든가 대표적인 폰지사기였던 Wall Street 이야기 ‘Madoff’ 등은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제게 많은 생각을 안겨주었습니다. 담배의 해악에서 흡연자를 해방시키겠다는 선의에서 새로운 전자담배를 개발한 스탠포드 D-school 출신 창업자의 의도가 어떤 식으로 재앙이 되는지, 돈을 밝히는 Wall Street에서 수십년간 존재하지도 않는 사모펀드에 수조원의 돈을 모을 수 있었는지 등 벤처투자하는 제 직업에 던지는 시사점이 많은 show 들이었습니다. 스타트업 창업과 투자도 결국 인간의 문제입니다.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하게 만드는 컨텐트는 책이든 드라마든 영화든 모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7.
정치, 사회 분야 정복 방법
미국에서 정치, 사회문제는 일상 대화에서는 자주 나오지 않습니다만 사회, 경제 문제는 사업에도 직접 영향을 미치고 최소한 내가 사는, 혹은 내가 살려는 나라의 일이므로 알아둘 필요는 있습니다.
대표적인 미디어를 구독해서 매일 읽는다:
저는 NYT, WSJ 2개의 일반 매체와 스타트업/테크 관련 전문인 The Information을 봅니다. The information은 전문적이고 깊이있는 Techcrunch에 해당되는데 VC에게는 도움이 되지만 스타트업 창업자에게도 유용한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구독료도 비싸니(1년 $399) 당장은 구독 안하셔도 될 겁니다. NYT, WSJ도 정상구독료는 비싸지만 항상 모종의 promotion이 있습니다. Promotion때 가입해서 보시다가 할인 기간이 끝날 때 customer service에 연락해서 ‘너무 비싸서 취소하려고 한다. 혹시 줄 수 있는 추가 할인이 있느냐?’고 물어보면 십중팔구 또다른 promotion을 줄 겁니다. NYT는 100% 확실하고(제가 여러번 써먹음) WSJ는 그때그때 다른 것 같습니다. NYT는 $6/month에 장기간 구독 가능하니 스타트업 창업자는 NYT 하나로도 충분합니다. 저는 아침에 1시간 정도 할애해서 NYT, WSJ, The Information 3개를 제목을 쭉 스캔한 후 관심가는 기사는 내용까지 읽어봅니다.
짜투리 시간을 이용한다:
한번에 뭉치 시간을 투입해야 하는 스포츠, 드라마와 달리 정치/사회 뉴스는 잠깐의 시간에도 보고 들을 수 있습니다. 운전할때, 우버 안에서 또는 Gym에서 운동할 때처럼 짜투리 시간에 소비한다고 생각하시면 좋습니다. 제 경우 미팅 장소로 이동할 때 Youtube TV로 뉴스를 들으면서 운전합니다.
8. 미국 문화를 섭렵하려면 commitment와 discipline이 필요하다.
스포츠도 보고, 드라마도 보고… 할일이 너무 많지요? 맞습니다. 쉬운 일은 아닙니다. 스타트업의 미국 진출이 하루아침에 결과가 나오는 단거리 경주가 아니듯 미국 문화 정복도 오래 걸리지만 꾸준히 노력하다보면 사업을 더 잘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도구가 됩니다. 미국에 의욕적으로 와도 3년 안에 뚜렷한 성과 내기가 쉽지 않습니다. 시간은 있으니 길게 보고 하세요.
결국 시간 배분의 문제입니다:
누구에게나 시간은 공평하게 하루 24시간이 주어집니다. 우리가 정할 수 있는 건 그 24시간을 어디에 쓰느냐 뿐입니다. 내가 편한 것에 쓸 수도 있고 내 발전에 도움이 되는 일에 쓸수도 있습니다. 다른 나라에서 사업으로 성공하는 것은 어려운 일입니다. 어려운 일을 이루려면 뭔가 특별한 노력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한국 관련 컨텐트는 포기한다고 생각하세요:
열심히 일하고 쉴 때 한국 예능이나 드라마를 보고 싶을 겁니다. 노력 안해도 알아들으니 마음이 편하니까요. 요즘같으면 ‘흑백요리사가 인기라던데 그걸 볼까?’ 생각이 들겠죠. 그런데, 그거 아십니까? 미국 사는 저도 주말 내내 한국어 컨텐트를 보면 월요일에 혀가 꼬입니다. ‘내 안의 Americanness는 아무리 노력해도 쉽게 증발하지만 Koreanness는 무슨 짓을 해도 지워지지 않는다’ 고 생각합니다. 성인이 된 후 사업하러 미국 온 사람은 한국 문화를 잊어버릴까, 한국인의 강점을 잃어버릴까 걱정 안하셔도 됩니다. 21년간 미국에서 산 제가 장담하건데 여러분의 한국적인 면은 절대로 없어지지 않을 겁니다. 그러니 모든 남는 시간을 미국 문화 섭렵과 사업에 투입하세요. 유튜브도 한국어 컨텐트는 보지 마세요 ( 데모데이 유튜브 영상은 사업을 위한 것이니 보셔야 합니다).
그 정도 결단과 노력이 없으면 미국 문화 섭렵은 어렵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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