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론부터 말씀드리면 한국의 초기 스타트업은 합격해서 손해볼 게 없으니 지원하십시오. 장점이 단점보다 훨씬 많습니다.
1.
(장점)미국 시장으로의 Soft landing을 도와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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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분이 미국에 이민간다고 할 때, 처음 가서 묵으면서 현지 적응할 수 있는 친척이나 친구가 있으면 훨씬 수월하겠죠? 차량 구매, 운전면허 따기, 은행거래, 인터넷 신청, 집 렌트 등 정착에 필요한 여러가지 일을 하나하나 가르쳐 줄 수 있을테니까요. 인터넷에서 읽은 내용이 막상 현지에 가서 적용하기 어려울 수 있듯이 나와 같은 길을 먼저 간 사람의 생생한 경험담과 노하우에 비길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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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기업에게 미국 엑셀러레이터의 역할이 비슷합니다. 성공을 보장해 주지는 않아도 정착 초기 엉뚱한 시행착오와 시간낭비를 줄여주는 거죠. 내가 혼자 와서 맨땅에 헤딩해서 만나는 사람보다 엑셀러레이터의 네트웤을 활용하면 훨씬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겁니다. 다만, 엑셀러레이터에서도 내가 열심히 부탁하고 다녀야지 나는 가만히 있는데 도와주는 것은 아니라는 점 명심하시고요.
한가지 명심할 것: 미국 엑셀러레이터는 참가기업이 가만히 있어도 떠먹여주는 주입식 시스템이 아닙니다. 특히 YC는 내가 가만히 앉아 일만 하고 있으면 아무것도 못 얻고 나올 수도 있습니다(아래 Sendbird 김동신 대표 인터뷰 1:03 지점 참고). 내가 열심히 쫓아다닐수록 많은 걸 얻을 수 있다는 점 명심하세요.
(참고: 데모데이 영상
: 명불허전 Y Combinator? YC에서 나는 무엇을 얻었나)
2.
(장점)미국 VC로부터의 펀딩 가능성을 높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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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처음 미국에 간 스타트업이 미국 VC와의 연결고리가 있을리 만무합니다. 콜드메일 보낸다고 쉽게 만나주지도 않을 거고요. 이미 자리잡고 있는 메이저 엑셀러레이터의 프로그램에 뽑히면 여러 VC에게 우리 회사를 노출시킬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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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C들은 왜 엑셀러레이터가 뽑은 회사들을 다르게 생각할까요? 주요 엑셀러레이터들은 업계 경력이 있는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 사람들이 뭔가 보고 뽑았을테니 완전 허당은 아니겠지’처럼 생각하는 겁니다. 경험많은 VC라면 YC같은 최고의 엑셀러레이터도 수준 이하 기업을 뽑을 때가 있다는 것은 알지만(500개 뽑는데 모두가 보석일 수는 없죠) 최소한 콜드메일로 오는 회사들보다는 나을 것이라고 보고 그냥 무시하지 않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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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emoday 행사를 통해 한꺼번에 많은 회사를 볼 수 있다는 점도 VC에게는 매력입니다. 일정 수준 이상의(엑셀러레이터의 선정 능력을 믿어주는 것) 기업들을 한꺼번에 만나면 시간이 절약되니까요.
3.
(장점)지원 과정 자체가 도움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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엑셀러레이터마다 지원 양식이 다르지만 YC의 경우 Online form을 제출합니다. 여기에는 Founder bio, founder video, Product demo 영상 등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YC 2025 Winter 지원서 페이지 링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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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도 다른 사람에게 설명하다보면 막히는 경우가 있죠? 엑셀러레이터 지원 과정은 내 사업에 대한 내 생각이 얼마나 간결하게 정리되어 있는지, 다른 사람에게 짧게 설명해서 이해시킬 수 있는지 확인하는 좋은 기회가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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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표적으로 YC 지원시 온라인 양식을 작성할 때는 간결하게 작성하는 것이 중요한데요, 그 연습을 통해 짧은 내용에 핵심만 담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요? 창업자가 자기 사업을 잘 이해하고 있을수록 간단명료하게 소개할 수 있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제가 한국 미국 양국의 스타트업을 만나면서 보면 한국 스타트업이 많이 부족한 부분이 ‘짧게 핵심만 말하는 것’입니다. 엑셀러레이터 지원은 이 능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겁니다. 아래 내용은 2023년 YC founder 한명이 링크드인에 올린 ‘Y Combinator Application Breakdown and Guide’의 요약입니다.
1) [간결함이 핵심] YC는 명확하고 간결한 의사소통을 명시적으로 선호합니다. 창업자들이 자신의 사업을 잘 이해하고 있으며 이를 간단명료하게 설명할 수 있는지 보고 싶어 합니다.
2) [심사위원의 attention span은 제한되어 있습니다] YC는 수천 개의 지원서를 받기 때문에, 검토자들은 각 지원서에 할애할 수 있는 시간이 제한적입니다. 주요 포인트는 첫 몇 문장 안에 전달되어야 합니다.
3) [길이보다는 명확성] 장황한 답변은 오히려 역효과를 낼 수 있습니다. 지나치게 상세한 응답은 정보의 우선순위를 효과적으로 정하지 못한다는 것을 의미할 수 있습니다.
4) [이해도 입증] 사업을 간결하게 설명할 수 있다는 것은 여러분의 컨셉과 시장에 대한 강한 이해를 보여줍니다.
5) [시간 제약] YC 파트너들은 여러분의 지원서 첫 문장들을 단 몇 초 동안만 볼 수도 있으므로, 즉각적인 인상을 남기는 것이 중요합니다.
데모데이에서 매번 강조하는 두괄식 스토리텔링의 중요성. 무조건 결론부터 이야기합시다. 다른 사람들은 내 사업에 그리 관심 없기 때문에 오래 참고 들어주지 않습니다. YC 지원도 마찬가지입니다.
목표는 여러분의 아이디어와 그 잠재력을 가능한 한 적은 단어로 명확하게 전달하는 겁니다. 포괄적이기보다는 명확하고, 직접적이며, 영향력 있게 표현하는 데 집중하세요. 긴 문단을 작성하고 있다면, 메시지를 정제하고 핵심 요점으로 압축하려고 노력하십시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 엑셀러레이터 지원 시 주의하면 좋은 부분도 있으니 참고 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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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점) YC같은 메이저 엑셀러레이터는 미국 법인, 특히 Delaware주에 설립된 C-corp(주식회사)에만 투자합니다. 여러분이 한국 기업일 때 뽑히게 되면 flip(본사를 미국으로 옮기는 것) 해야 참여할 수 있습니다. 본사를 해외로 옮기는 것은 여러가지 상황을 고려해야 하고 투자자 동의도 필요하기 때문에 회사의 운명에 중요한 결정입니다. 엑셀러레이터에 지원하기 전에 우리 회사가 flip이 가능한 상황인지 점검하는 것이 좋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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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의점)엑셀러레이터는 아주 낮은 기업가치에 투자합니다. 그러므로, 일정 금액 이상의 투자를 받은 스타트업은 먼저 투자한 사람들보다 낮은 밸류에 엑셀러레이터에 지분을 내줘야 합니다. 기존 투자자들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사실을 염두에 두어야 합니다. 법적인 동의가 필요없는 SAFE 투자를 받았다 하더라도 도의적으로 기존 투자자의 뜻에 거슬러서 엑셀러레이터 투자받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니까요. 위에서 말씀드린대로 미국 엑셀러레이터에게 투자받으려면 flip을 해야 하므로 투자든 flip이든 기존 투자자 동의가 필요합니다.